로이 킨을 위한 변호와 찬사 축구 글




퍼거슨 경의 페르소나 로이 킨, 그라운드 위의 퍼거슨 경


사람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유나이티드)를 싫어하는 일부 사람들은 - 어쩌면 이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 로이 킨의 이름이 나오면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아? 그 실력에 비해 성격만 더러운 놈?"

과연 킨이 이까짓 말로 덮어질 선수인가?

로이 모리스 킨. '올드 트래포드의 신' 칸토나가 갑작스레 은퇴한 이후 유나이티드의 캡틴이 되어 수 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클럽의 전성기(아직도 전성기는 유효하다)를 만들어낸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의 - 그는 아일랜드 선수지만 - 절대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과격한 기질과 열정이라는 양날의 검은 상대 팀과 그 팀의 팬들에게는 두려움과 패배, 그리고 비난을, 유나이티드와 팬들에게는 승리와 찬양을 가져다 주었다. 때로는 자신에게 고난도 안겨주었지만.


킨의 과격함, 호전적인 성격을 얘기할때 항상 나오는 일은 할란드와의 충돌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킨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1997년 리즈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이 둘은 공중볼을 서로 다투며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공이 할란드를 지나 아웃되자 할란드는 심판이 보지 못할때 교묘하게 로이 킨을 공격했고, 킨 역시 응수했다. 이렇게 신경전은 계속 이어지다가 킨이 부상을 당하며 리즈의 페널티 박스에서 쓰러졌는데(이게 할란드와의 물리적 충돌로 인한건지 명확하지 않음), 당시 할란드는 킨이 엄살을 부린다고 비난했다.


- 부상을 당한 킨, 엄청난 재활 끝에 다음 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는 97-98 시즌의 일로, 리더 칸토나가 은퇴한 후 또다른 리더 킨이 홀로 아이들을 이끌고 맞이한 첫 시즌이었다. 유나이티드는 이 경기에서도 1-0으로 패했고, 이렇게 리더의 부재는 처음에는 모르지만 나비효과처럼 부작용이 커졌고,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쳐 결국 리그 우승을 아스날에게 내주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이렇듯 킨의 보이지 않는 힘은 실로 엄청나다. 그의 열정은 상대 팀에게도 영향을 미쳐 강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추억하는 - 당시에는 실로 과격했지만 - 아스날과의 격렬한 대립도 그렇다. 물론 아스날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많지만, 이러한 대립은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선수들의 의욕과 시청자들을 주목시켰고, 프리미어리그의 전성기에도 많은 보탬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퍼거슨 경 또한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행동은 - 설령 상대 선수와 다투더라도 - 이해하고 격려했다. 킨과 같은 특별한 선수의 중요성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인 퍼거슨 경과 리누스 미헬스의 말로 알 수 있다.


- 키노와 비에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는 과격하면서 재미도 있었다.

리누스 미헬스 -

"팀에는 이끄는 선수와 따르는 선수가 있다."

"감독은 특정 선수를 '그라운드 위의 감독'으로 지목해야 한다."


퍼거슨 경 -

"축구 비평가들은 특정 팀이 다른 팀보다 월등한 이유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오로지 기술과 전술 비교에 골몰하는 비평가들의 시각이 흥미로웠다. 그들은 축구가 피와 살, 감정으로 뭉친 인간의 경기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추상적이고 메마른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전술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건 아니고, 바로 사람이 축구를 해서 이기는 것이다. 최고의 팀이 독보적인 것은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진심으로 협력하면 팀은 하나의 영혼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선수들 사이에는 상호 협력의 부단한 흐름이 있는데, 그것에서 힘이 발산되고 단점이 보완되며 그들은 서로 의지하고 믿는다. 감독은 그런 일치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선수들 사이의 유대감을 만들면 개개인이 제각각 흩어져 뛸 때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극대화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 1999년의 유나이티드는 재능있는 선수들의 집합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팀 정신을 가장 가치있고 놀랍게 여겼다."



하지만 키노(Keano)의 위대함은 전술적인 면에서도 드러난다. '킹' 칸토나가 떠난 후, 드와이트 요크가 빌라에서 새로 합류했다. 요크 역시 활발하고 부지런했지만, 칸토나와는 본래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었다. 칸토나는 공격수이면서 미드필더에도 지속적으로 내려와 영향력을 발휘한 반면, 요크는 전방에서 부지런히 활약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해답은 역시 킨이었다. 킨은 박스투 박스 미드필더였고 실제로 양측 페널티 지역을 오갈 정도로 엄청난 활동량을 꾸준히 보여주었지만, 칸토나가 떠난 이후로 더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되었다. 그만큼 전방과 미드필드의 공백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들을 훌륭히 해결하였다. 킨은 공격하는 스콜스의 뒤를 받쳐주고, 커팅과 미드필드 압박, (어디까지나 킨에 비해 수비능력이) 부족한 스콜스와 함께 수비까지 하며 동시에 함께 템포 조절과 패스도 공급하는 환상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스콜스가 아닌 버트나 다른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도 이는 비슷했다. 그는 유나이티드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선수였다.

퍼거슨 경 -

"긱스나 베컴이 없어도 승리할 수 있지만, 킨이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그 아일랜드 선수에게 나는 늘 높은 점수를 줘왔지만 델레알피 경기장(Stadio Delle Alpi)에서 그의 모습은 그 이상이었다. 경고 누적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가지 못하게 됐지만 팀을 위해 한 층 더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축구 경기에서 본 가장 단호하고 헌신적인 모습(most emphatic display of selflessness)이었다. - 이는 이전에 올린 로이킨 칼럼에도 나오는 말 - 그는 경기장의 구석구석을 누볐고, 패배할 바에야 완전히 탈진해서 죽겠다는 자세로 남은 힘의 한 줌까지 쏟았다. 그런 선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다시 주제를 돌려서 킨의 과격한 성격은 오직 팀을 위해,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할란드와의 일은 서로 지나친 것이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그의 능력마저 폄하하는 잘못된 생각은 접기 바란다. 다음에 나오는 킨의 발언은 00-01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디나모 키예프전 직후로, 1-0으로 유나이티드가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홈 팬들이 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 야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는 것이다(일부 팬이란 올드 팬이 아닌 구단 초청으로 온 몇몇을 얘기하는 것). 팀을 위한 킨의 열정이 얼마나 솔직한 가를 보여준다.


로이 킨의 비판 -

"원정 응원을 오는 우리 팬들은 아주 훌륭하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우리 홈에서는 종종 '축구에 대해 알고 저러나?' 는 의심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진정 축구를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 '축구'라는 단어를 쓸 수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1-0으로 이기고 있는데, 이들은 선수들이 한 두번 패스 실수만 해도 선수들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들도 분명 응원을 오는 멋진 팬들처럼 팀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원정 팬들은 하드코어 팬들이지만, 홈에서 술 몇 잔에 취해 새우 샌드위치같은 거나 먹고 있는 이런 사람들은 그라운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듯 그라운드 안팎으로 보여준 킨의 지배력은 동료에게는 보호막이 되고, 팀에게는 승리를 안겨준다. 자신이 앞장서서 방패막이 되고, 때로는 관중들에게도 진짜 팬이 되길 일갈하는 태도는 진정한 리더로서 정말 멋지지 않은가!

퍼거슨 경 -

"수 년간 성공을 지속했다는 것은 우리가 바로 정상에서 곤두박질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난을 내뱉는 사람들의 경우 우리의 긍정적인 측면은 무시해버리고, 약한 면만 들춰내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선수들도 비난을 잘 극복해야 한다. 우린 일심동체가 될 필요가 있고, 드레싱 룸에서 나올 때부터 항상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모든 상황이 우리를 내팽개치려 할 대도 우리는 스스로 함께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언론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방어막을 내세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의 기대를 잘 이해하고, 그것에 앞서나가야 한다. 우리는 어떤 식의 논쟁도 견딜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킨이 유나이티드를 떠날 때 퍼거슨 경의 찬사 -

"난 로이에 대해 언제나 '그는 내가 가졌던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최고의 골잡이도, 가장 빠른 선수도, 공중전의 최고도, 가장 뛰어난 태클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을 최고의 선수로 이끄는데 관련된 '모든 점'에서 세계 최고였다. 그의 집중력, 태도, 승리를 향한 갈망은 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열정, 헌신, 단호한 지배력. 키노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덧글

  • Stretford End 2011/03/11 23:14 # 답글

    핑백 감사합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좋은 글도 잘 봤습니다.

    로이 킨 하면 브라이언 클러프가 이끌던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맨유로 처음 왔을 때 얼굴 시뻘겋던 앳띤(?) 얼굴이 자꾸 생각납니다 ㅋ
  • 농부 2011/03/13 10:17 #

    개인적으로는 킨의 어릴때 영상을 봐도 30대의 모습과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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