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이 많습니다.
지단 비디오(Zidane Video)
예전에 비해 축구를 즐기는 시간이 줄어들고 평소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어서 유일하게 구독 중인 축구 주제 유튜브다. 우리나라 분이 운영하는 채널로, 전 세계에서 지단 경기 영상이 가장 많고 그 내용도 알차다.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경기가 많고 하나의 장면에서 호흡을 유지하는 편집 관점도 잘 맞아서 보기에도 편하다. 특히 지단의 프랑스 대표팀 경기 영상은 프랑스 방송사의 중계 영상을 일일이 찾고 중요한 장면에서는 교차편집도 더하는 정성이 돋보인다.
최근 이 채널에서 풍부한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지단의 시즌별 컴필레이션 영상을 제작했는데, 그 내용이 충실하여 특별히 소개한다. 채널 운영자분이 개별 영상들을 꾸준히 업로드한 것을 즐겁게 지켜본 구독자로서, 수많은 경기들을 시즌 종합 영상이라는 새로운 결과물로 정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예전에 <키커>의 랑리스테(시즌 전/후반기로 나누어 그 활약상을 평가)를 모티브로 지단의 경력을 짚어보는 글을 쓰려다 말았는데, 이 소개글에서 영상과 함께 각 시즌의 평가글을 덧붙인다.
지네딘 지단 - 1999-2000시즌
1999-2000시즌
전반기(1999년 하반기) : WK (Weltklasse 월드 클래스 : 세계 최고 수준의)
후반기(2000년 상반기) : WK
개인적으로 지단의 유벤투스 커리어 중 가장 좋아하는 시즌이자 안첼로티 감독의 두 번째 시즌. 지난 시즌(1998-99) 하반기에 입은 부상에서 회복한 뒤 곧바로 자신의 폼을 되찾았다. 지단이 유로 2000에서 보여준 위대한 모습은 이 시즌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다. 펄럭거리는 카파(Kappa)의 비안코네리 저지가 지단의 유려한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시즌 유벤투스는 필리포 인자기가 리그에서 15골을 넣으며 준수했지만, 리그에서 9골을 넣은 델 피에로는 8골이 PK이고 33라운드에서야 넣은(당시 세리에는 한 시즌에 34경기) 헤더가 유일한 필드골이었다. 서드 공격수인 코바세비치는 리그에서 주로 교체로 나와 한계가 있었다(그래도 리그 6골 기록). 공격진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는 전반기 리그에서 단 1패만 기록하고 33라운드까지 1위를 유지했지만, 마지막 34라운드인 페루지아 원정에서 0-1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같은 시간에 승리를 따낸 라치오에게 승점 1점차(라치오 72점, 유벤투스 71점)로 역전당하며 아쉽게 스쿠데토를 내주었다.
세리에A 올해의 선수(Oscar del Calcio)에서는 세 번째 올해의 외국인 선수 최종후보에 올랐지만, 세리에A 데뷔 시즌에 카포카노니에레(세리에A 골든부츠)를 따낸 안드리 셰브첸코가 올해의 외국인 선수로 선정되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필드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으로도 이 시즌은 WK로 평가하기 충분하다.
지네딘 지단 vs 파르마 (1999-2000 세리에A 16라운드)
세계 최고의 팀이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강력함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프랑스는 그 이상향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세계 챔피언에 오른 이후에도, 프랑스의 모든 플레이는 지단의 통제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1999년 하반기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유로 2000 예선이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이전 유로 예선 7경기 중 3경기만 나온 지단은 남아있는 세 번의 예선 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프랑스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이슬란드를 격파하고 극적으로 1위에 오르며 유로 2000 본선에 직행한다. 그 외 시즌 중에 열린 A매치에서는 4경기를 뛰었고 모두 승리했다. 지단은 언제나 막중한 역할을 맡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보답했다.
* 시즌이 끝나고 프랑스 대표팀은 하산 2세 대회(공식 A매치)와 유로 2000에 참가했다. 실제 <키커>는 여름에 열리는 국가대표팀 대회가 끝난 뒤 여름 평가를 발표하기 때문에 위 대회도 반영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생략하더라도 이 시기 지단의 퍼포먼스는 당연히 WK다.
지네딘 지단 vs 슬로베니아 (2000년 4월 26일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지네딘 지단 - 2000-01시즌
2000-01시즌
전반기(2000년 하반기) : WK
후반기(2001년 상반기) : WK
유로 2000 이후 지단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당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다. 물론 비교되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결론은 지단이었다. 새로운 시즌에서도 이전부터 이어온 뛰어난 활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평가에서 고민한 점은 활약 자체가 아닌 스포츠맨십 문제였다. 챔피언스리그 데포르티보전과 함부르크전에서 지단이 연속으로 받은 퇴장 중, 특히 함부르크전에서 저지른 박치기 행위는 지단이 2000년 발롱도르를 놓치고 같은 해 피파 올해의 선수 투표에서도 영향을 준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흠결 때문에 발롱도르를 놓치긴 했지만 지단은 수상자인 피구보다도 더 많은 1위표를 받았고(지단 1위 24표, 피구 1위 20표), 피파 올해의 선수는 두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지단 1위 59표, 피구 1위 38표). 이처럼 개인상에 적용된 불이익이 본래의 퍼포먼스까지 가릴 수는 없기 때문에, 2000-01시즌 전반기 평가도 월드 클래스로 결정했다.
** 2010년 <르 퀴프>의 Vincent Duluc은 함부르크전의 박치기 퇴장이 지단의 2000년 발롱도르 수상을 막은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2000년 발롱도르 투표에서 8명의 기자가 지단의 비신사적인 행위를 지적하며 투표명단(기자 1인이 5위까지 선정)에서 아예 제외했고, 또다른 10명의 기자도 이 행동을 이유로 순위를 내렸다. 발롱도르의 투표 기준 중 하나인 '스포츠맨십'이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로, 지단은 최소 18점을 잃으며 발롱도르마저 놓치고 말았다. 2014년 피파-발롱도르에서 루이스 수아레스가 23인 후보에서 탈락한 것도 같은 사례다.
후반기의 지단은 특별한 논란 없이 일관적으로 좋은 폼을 유지했다. 이전 시즌부터 꾸준히 뛰어났지만 전 시즌에 비해 스탯은 크게 늘어났는데(리그 6골 15어시), 이는 공격진이 폼을 많이 회복한 덕분이 크다. 인자기는 전 시즌에 비해 하락했지만 델 피에로가 극심한 부진에서 조금 벗어났고, 새로 영입된 트레제게가 지단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침체되있던 공격진에 힘을 더했다. 여전히 교체로 대부분 출전한 코바세비치는 이 시즌 지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세리에A 올해의 선수에서는 또다시 올해의 외국인 선수 최종후보에 올랐고, 올해의 외국인 선수(통산 두 번째) 뿐만 아니라 올해의 선수까지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부문에서는 라치오의 에르난 크레스포(2000-01 세리에A 카포카노니에레)와 피오렌티나의 루이 코스타를, 전체 올해의 선수에서는 로마에서 역사상 세 번째 스쿠데토를 얻은 토티를 제쳤다. 선정 당시 지단은 이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였지만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지단은 유벤투스에서 뛴 다섯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최종후보에 네 번 포함되었는데, 이것 또한 흥미로운 기록이다.
이 시즌 중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여러 A매치에만 출전하고(A매치 5승 1무 1패). 시즌 직후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는 불참했다. 지단은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순수한 기량으로서 사람들에게 경탄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네딘 지단 vs 포르투갈 (2001년 4월 25일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지네딘 지단 - 2001-02시즌 (도메스틱 컴필레이션)
2001-02시즌
전반기(2001년 하반기) : WK
후반기(2002년 상반기) : WK
당시 역사상 최고 이적료(7750만 유로)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첫 시즌. 시즌 초 팀의 성적이 좋지 않자 지단이 함께 비판받기도 했지만, 사실 이때도 지단은 리가에서 네 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고 있었고 그 활약상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탁월했다. 세기의 이적으로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쏠린 가운데, 지단은 새로운 리그와 클럽, 낯선 위치에서도 편안히 뛰며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베르나베우는 지단의 장엄한 공연장이었다.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데포르티보에게 연장전 끝에 우승을 내주기도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영원한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를 꺾었고, 결승전에서는 그 유명한 '발리 골(The Volley)'을 넣으며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지단은 독보적인 최고였다. 터프하면서도 유려하고, 역동성과 유연함이 가장 균형잡힌 이 시즌이 지단의 정점이다.
정확히 20년 전 탄생한 골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예선을 면제받은 덕분(월드컵 우승국)에 친선 경기만 출전했고, 이전 시즌들부터 계속 (당시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매 경기 다른 세계에서 볼을 차고", "모든 것을 해내"고 있었다. 지단이 출전한 프랑스의 모든 경기는 지단이 절대자였고, 프랑스를 상징하는 예술성도 곧 지단이었다. 월드컵 직전 우리나라와 평가전 중 당한 부상 때문에 월드컵 본선에서 정상적으로 뛰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2001-02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직후 여러 언론 반응 - '지단이 펼친 위대한 아홉 번째 연주'
2001-02 라리가 올해의 외국인 선수(돈 발롱, 스페인과 외국인 선수를 분리해서 선정)
2001-02 라리가 올해의 외국인 선수(스페인 엘 파이스)
2001-02 UEFA 올해의 선수
2002 엘 파이스(우루과이) 선정 유럽 올해의 선수(유럽의 왕 - Rey del Fútbol de Europa, 기자단 투표 방식)
2002 피파 올해의 선수 3위
2002 발롱도르 4위
지네딘 지단 vs 덴마크 (2001년 8월 15일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지네딘 지단 vs 스코틀랜드 (2002년 3월 27일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현재는 지단의 2002-03시즌 라리가, 2003-04시즌 도메스틱 컴필레이션 영상이 새로 업로드되었다. 다만 저작권 때문에 외부 링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채널에서 직접 감상해야 한다) 두 시즌에 대한 평가는 짧게 쓴다.
지네딘 지단 - 2002-03시즌 (라 리가 컴필레이션)
지네딘 지단 - 2003-04시즌 (도메스틱 컴필레이션)
우리나라 커뮤니티에서는 피파 올해의 선수 수상의 영향 때문인지 2002-03시즌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역동성과 유연함이 가장 균형잡힌(어쩌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축구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 2001-02시즌을 독보적인 최고라고 본다. 2002-03시즌부터 지단은 스페인 축구의 느슨함(?)에 적응하면서 이전까지 보여준 다이나믹함이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즌에도 보는 즐거움과 성과를 모두 거두며, 자신이 세계 최고임을 또다시 각인시킨 점(당대 평가 또한 그랬다)은 높이 평가한다.
2003-04시즌은 엄청난 주전 혹사로, 마지막 한 달 반 동안 클럽 전체가 무너지며 마무리가 좋지 않아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유로 2004 결과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03-04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단순히 마켈렐레 이적 때문에 무너진 게 아니다). 실제로는 시즌 후반기인 2004년 3월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모든 대회에서 순항했고 지단 역시 절정의 폼을 유지했다. 그래서 시즌 중인 2003년 말부터 2004년 중반까지, 현지 언론들에서는 지단과 역대 최고 선수들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지단은 이 기간에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다시 수상하며 그 활약을 인정받았다(이 논쟁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지속되었다).
지단의 역대 최고 논쟁 사례는 선수로서 평가할 만한 퍼포먼스와 경력이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전반적으로 폭넓게 이루어졌는데, 직전의 사례인 호나우두가 기대 심리(젊은 나이, 브라질, 펠레라는 롤 모델 - 자연스럽게 마라도나까지)와 미래의 활약상을 예상 반영한 내용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두 논쟁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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