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2019 조민 - 진옥기 잡담


  사조 삼부곡(영웅문 3부작)과 소오강호, 천룡팔부를 원작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드라마도 이 다섯 가지만 - 다만 예전 작품은 좋아하지 않아서 2000년대 작품부터 - 시청했다. 최근에는 각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2019 의천도룡기는 그걸 감안해도 주인공의 감정선을 표현하는게 매우 섬세하다. 이 배우 덕분에 오랜만에 김용 무협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어 좋기도 하고.

  이번 의천도룡기에서 조민 역의 진옥기는 지금까지 본 조민 중 가장 훌륭하다. 진옥기는 의천도룡기 출연을 확정한 이후 예전 작품을 모두 보았다고 했는데(영상 참고), 진옥기 조민은 영화 의천도룡기에 나온 장민의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풀어낸 느낌이다. 총명하고 단호하며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떤 장면에서든 사소한 표정과 손짓을 신경쓴 것도 포인트. 조민은 황용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데, 이번 작에서 특히 우리민이라 부르는 이유를 잘 알았다.






두 번째 영상의 인터뷰 중 조민에 대한 진옥기 본인의 분석(2:08부터). 배역을 뛰어넘어 사람 자체로 매력이 있다.

1. 조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조민이 용감하고 자신감 있는 여자라 생각해요. 남자들처럼 일에 대한 야망도 강하죠. 아버지나 다른 가족을 대할 때는 정말 총명해요. 다른 이들에게 항상 조언을 건네며 부하들에게는 훌륭한 상관이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장난기가 짓궂기도 합니다.

2. 당신이 표현한 조민은 예전 작품들과 무엇이 다른가?

  이전의 배우들(조민을 연기한)이 고전적인 조민의 특징을 모두 표현했기 때문에, 나는 감독님과 대화하며 '단순히 예전의 것을 따라하는 데서 그치면 영혼없는 캐릭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우리는 대본과 인물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공감했고, 조민을 표현하기 위해 저(진옥기 본인)의 개성을 더했답니다.




원작 소설도 다시 빠르게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장무기는 조민에게 더 미X놈이었다. '소음적(아래 장면은 색마로 번역)' 이라고만 부른 조민이 대천사다.



(스포 있음)






- 의천도룡기 2019 짧은 감상

  각색이 가장 많은 후반부는 대도 주막에서 장무기와 조민이 처음 만났을 때 조민이 한 말(이자 갈등의 근본 원인)을 풀어내는 과정이었는데, 결말과 별개로 이 내용에서 조민에게 너무 가혹한게 호불호가 있는 것 같다. 원작에서는 조민이 가족과 나라를 등지는 과정이 쿨하게(?) 끝나서인지 드라마는 이 과정을 긴장감을 높이는 쪽으로 집중했다. 

  나는 중간 의견이다. 설득력은 높아졌지만 그 과정(+긴장감)을 너무 모질고 길게 끌어갔다. 갈등을 조금 일찍 풀고(드라마 기준으로는 49회 재회 쯤에서), 그 다음 명교 교주에서 물러나는 모습과 장삼봉에게 인사하는 장면 정도를 추가한 뒤 초원으로 같이 떠나도 좋았을 것이다.

  후반부 각색에 평이 나뉘는 건 진옥기 조민이 작품을 너무 잘 소화한(?) 영향도 있다. 예쁘고 매력넘치는 여주인공이 그렇게 고생하며 절절하게 슬퍼하니 더 짠할 수 밖에. 어쨌든 진옥기 본인이 말한 대로 조민의 총명함과 단호함은 끝까지 변함없었고 (명교 사람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끊임없이 일깨워줬으나 장가놈이...), 결말 또한 원작과 같다. 장무기와 조민은 결국 서로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서야 행복할 수 있었고(그래서 여운이 남고) 그렇게 했으니까.


* 1992년 7월 29일생 - 우리민 생일 축하





의천도룡기 2019 OST : 주심(周深) - 차생유니(此生惟你, 한평생 오직 그대만) 잡담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OST 중 장무기-조민의 주제곡으로, 제목만 봐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가사 자체가 원작 소설에서 장무기-조민의 이야기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말. 그 내용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벨칸토 전공을 한 남성 보컬의 곡으로 가사는 조금 의역했다.


공식 MV


원곡 전체


의천도룡기 2019 OST : 주심(周深, Zhou Shen) - 차생유니(此生惟你, 한평생 오직 그대만)

작사 : 장영(張赢)
작곡 : 왕요광(王耀光)


以為這世間 長夜漫漫
你為我點亮 孤燈一盞
이 세상의 어둠이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날 위해 등불을 밝혀주었군요
所有的愛恨 便得釋然
執手許諾 曲終人不散
모든 사랑과 원한을 깨끗이 풀어내면 되기에
모든 것을 해결해도 헤어지지 않을거라 손잡고 약속해요

人世的糾纏 難舍難斷
命註定不安 心為你輾轉
이 세상의 갈등과 고난은 버리기도 끊어내기도 어렵지만
불안한 운명이더라도 내 마음은 당신을 향해 전전하죠

思念可以倒轉那些片段
今生一場夢 永世不換
그리움이 우리의 추억을 되돌릴 수 있으니
평생의 꿈을 영원히 바꾸지 않을 거에요

此生相守相欠
愛意蕩漾身邊
한평생 서로 지켜주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넘쳐흐르길

梳畫無邊繾綣
手落在你眉間
머리를 빗어주고 (눈썹을) 그려주며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
당신의 얼굴(미간)에 손길이 머물러요
​​
此生為你不變
就算辜負歲月
한평생 당신을 위해 세월을 저버리더라도 변하지 않을 거에요

白首不分不厭
惟你刻骨眷念
머리가 하얗게 되어도 헤어지거나 싫어하지 않고
오직 당신만을 내 마음에 새기고 생각할게요


이 장면의 배경음악도 차생유니다


此生相守相欠
愛意蕩漾身邊
한평생 서로 지켜주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넘쳐흐르길

梳畫無邊繾綣
手落在你眉間
머리를 빗어주고 눈썹을 그려주며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
당신의 얼굴에 손길이 머물러요
​​
此生為你不變
就算辜負歲月
한평생 당신을 위해 세월을 저버리더라도 변하지 않을 거에요

白首不分不厭
惟你刻骨眷念
머리가 하얗게 되어도 헤어지거나 싫어하지 않고
오직 당신만을 내 마음에 새기고 생각할게요




의천도룡기 원작 소설 결말 잡담


<의천도룡기> 원작 소설 최종 개정판의 마지막 단락으로, 당연히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내용 포함) 스포가 있음을 밝힙니다.

- 장무기, 명교 교주에서 물러나고 강호에서도 은퇴. 조민과 함께 몽고로 떠나 다시는 중원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밝힘 + 조민의 세 번째 소원


※ 원작 소설 마지막 단락 직전 내용 요약 :
원작의 서술 순서대로 적었고, 괄호 안은 실제 사건연도, 필요한 경우 의천도룡기 2019 내용(이하 드라마)도 비교.

(원작 소설에서는 여양왕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없음. 실존 인물 여양왕 차칸테무르가 암살당한건 1362년. 드라마의 각색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

- 용봉황제 한림아의 사고사(1366년)를 먼저 다룸 // 드라마에서는 한림아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대화에서 잠깐 언급될 뿐, 주원장이 그 역할을 많이 대체
- 장무기-조민, 무당산에 올라 장삼봉에게 인사를 드림 // 드라마에서는 조민이 떠난 뒤 장무기만 장삼봉에게 인사
- 페르시아 명교에서 성화령을 중원 명교에 반환, 삼대령-오소령 반포, 장무기가 제위 등극을 명확히 거부하며 도룡도로 의자를 반토막냄. // 드라마에서는 장무기가 제위를 거부하며 의자를 반토막내는 내용만 다루고, 명교 교주에서 물러난 뒤 조민과 재회하며 엔딩

위 내용까지 서술하고, 이후의 일(아래 세 가지)을 미리 에필로그처럼 짧게 언급한 다음 마지막 단락으로 넘어감 : 
- 파양호 대전과 진우량의 죽음, 주원장의 오왕 자칭(1364년) : 실제로는 한림아 익사가 이후의 일인데 소설에서는 사건을 재배치
- 주원장이 원의 대도를 점령하고 황제에 오르며 명나라 건국(1368년)
- 주원장의 명교 탄압, 세월이 흐른 뒤 명교 쇠퇴.




  이날 장무기는 교단 내부의 중요한 사무를 처리하여 광명좌사 양소, 우사 범요, 팽형옥 대사에게 넘겼다. 후임 교주는 나중에 유능하고 어진 인재를 가려 뽑아 추대하기로 하고, 우선 이들 셋이 교주의 책무를 잠정적으로 대행하게 된 것이다. 장무기는 자신도 앞서 언약한 바와 같이 몽골로 돌아가는 조민을 호송하고, 아예 그곳에 몸붙여 살면서 다시는 중원 땅에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조민과 함께 행장도 다 꾸려놓았겠다, 출발 날짜도 벌써 잡혔겠다, 안팎의 모든 일을 완전히 처리해놓고 보니 그저 홀가분해진 마음에 더는 할 일이 없었다. 모처럼 한가로워진 장무기는 이것저것 생각한 끝에 불현듯 부친의 별호가 은구철획인 것을 기억해내고 망부의 유지를 이어받으려는 욕심에서 비첩(碑帖) 한 권을 얻어다 서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붓을 손에 잡고 보니, 뜻밖에 모필(毛筆)이 얼마나 보드랍고 여린지, 구양신공이 아니라 건곤대나이 심법을 얹어 쥐었어도 붓을 어떻게 다룰 재간이 없었다. 붓을 손에 쥔 채 떨떠름한 기색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만 조민에게 들키고 말았다.

  "무기 오라버니, 나한테 세 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죠? 첫 번째 일은 내게 도룡도를 보여준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일은 호주성 혼례식장에서 주언니(주지약)와 식을 올리지 말라고 한 것이었죠. 이 두 가지는 이미 다 이뤄주신 셈이에요. 그리고 아직 세 번째 일이 남았는데, 이마저도 신용 있게 해주셔야겠어요."
  하염없이 딴 생각에 잠겨있던 장무기가 그 말에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신, 당신 또... 날더러 무슨 괴상야릇한 짓을 해달라는 거요?"
  조민은 펄쩍 뛰는 그 표정이 재미있는지 상글상글 웃어가며 드디어 마지막 요구조건을 내밀었다.
  "내 눈썹이 너무 옅으니까 당신 손으로 좀 그려줘요. 이건 무림계 의협의 도리에 어긋나는게 아니잖아요?"
  그제야 장무기도 마음이 놓여 싱겁게 따라 웃으며 붓을 들었다.
  "내 오늘부터 날마다 눈썹을 예쁘게 그려주지!"


최후의 승리자 조민


  바로 이때, 창밖에서 또 누군가 낄낄대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기 오라버니, 나한테도 한 가지 약속한 일이 있죠?"
  귀에 익은 목소리, 다름 아닌 주지약의 음성이었다. 붓을 잡고 쓸 줄 몰라 멍하니 있는 틈에 어느새 그녀가 창밖에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들창문이 부스스 열리면서 주지약의 갸름한 얼굴이 촛불 빛 아래 웃는 듯 마는 듯 비쳐들었다. 이번만큼 장무기는 적지 않게 놀라고 당황했다.
  "당신... 당신은 또 날더러 뭘 해달라는 거요?"
  상대방이 허둥대고 묻는데, 주지약은 얄밉게 웃음지었다.
  "알고 싶으면 이리 나와요. 얘기해드릴 테니까."
  장무기가 슬쩍 조민의 눈치부터 보았다. 그 다음에 고개돌려 다시 주지약의 눈치를 살폈다. 삽시간에 온갖 상념이 엇갈리고 착잡한 감정을 금할 길 없었다. 도대체 지금 자기가 기뻐하는지 걱정하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손이 떨리면서 쥐고 있던 붓대마저 탁자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조민이 어깨를 툭 밀쳤다.
  "나가봐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야 할 게 아닌가요?"

  장무기는 떠미는 힘에 마지못한 척하고 열린 창문으로 훌쩍 뛰어나갔다. 어느새 돌아섰는지 주지약이 천천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잰걸음걸이로 단숨에 따라잡고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내일 조낭자를 몽골까지 데려다준다면서요? 조낭자는 두 번 다시 중원에 돌아오지 않을 테고... 그럼 당신은?"
  "나도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요. 날더러 약속한 대로 한 가지 일을 해달라고 했는데, 그게 뭐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갚아야겠죠. 그날 호주성에서 조민은 당신과 내가 혼례식을 올리지 못하게 막았으니까, 나도 그대로 앙갚음해야겠어요. 내일 두 사람이 몽골로 떠난 뒤에 거기서 날마다 밤낮없이 조민과 함께 사는 건 얼마든지 좋아요. 하지만 혼례식을 올리고 정식 부부가 되는 것만큼은 절대로 안 돼요."
 이 말에 장무기는 속이 찔려 흠칫했다.
  "그건 왜?"
  "아무튼 강호 무림계 의협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겠죠?"
  "혼례식을 올리지 않고 같이 사는게 물론 강호 무림계 의협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지. 사실 내 본래 당신과 약혼하고도 나중에 혼례식을 올려 지아비 노릇을 못한 건 늘 미안하게 여기고 있었소. 좋소! 내 약속하리다. 몽골 땅에 도착하고 나서 조민과 천지신명께 절하고 정식으로 혼례식을 거행하지는 않겠소. 하지만 우리는 실질적으로 부부가 되어 아기도 낳고 평생토록 같이 살 거요."
  "그럼 됐어요."
  대꾸하는 주지약의 얼굴에 서글픈 미소가 감돌았다. 장무기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어 다시 물었다.
  "이렇게 우리 둘을 난처하게 만드는 이유가 뭐요?"
  그러자 서글펐던 미소가 환한 웃음기로 바뀌었다.
  "당신네 둘이서 얼마든지 부부 노릇을 하고 예쁜 아기를 낳아 길러도 좋아요. 십 년 이십 년 세월이 흐르도록 그저 당신 마음속으로 날 생각해주고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지만 않는다면 난 그것으로 흡족하니까요."




조민과 함께 몽골로 가서 대충 이렇게 살겠다는 뜻


  끝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번뜩 몸을 날리더니 잠깐 사이에 그녀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장무기는 망연자실한 기색으로 어둠 속 뒷모습을 쫓았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겨 떼지 않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따름이었다. 자꾸만 서글퍼지는 자신을 달래보았다. 그래, 조민과 날마다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부부처럼 사랑을 나누며 아기도 낳고 평생토록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까짓 혼례식 따위야 올리지 않는다 해서 대수로울게 뭐 있으랴? 내가 어째서 십 년 이십 년 세월 동안 마음속으로 주지약을 생각해주고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지 못할 것은 또 뭐 있으랴?
  '주지약, 그녀는 실제로 송청서와 부부의 몸이 되지 않았다. 나와 약혼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게 몹쓸 짓을 적지 않게 저질렀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진정으로 날 미워해서가 아니었다. 피치 못할 사정도 조금 있었고 스승인 멸절사태에게 핍박을 받아 부득불 그런 일을 저질렀을 뿐이다. 그녀가 비록 의천보검과 도룡도를 훔쳐갔다고 해도 결국은 내 수중에 돌아오지 않았던가? 외사촌누이(은리)도 죽지 않았고...'

  생각은 점점 단순해졌다.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내게 시집오려는 여인이 어디 지약 하나 뿐이었던가? 민누이도 있고, 또 거미 아리(은리)도 있고, 아소(소소) 역시 날 깊이 사랑했는데...'
  장무기는 타고난 천성이 남이 자신을 좋게 대해준 것만 기억할 줄 알았다. 다른 이의 좋은 점만 보고 있으려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결점이나 허물, 자신에게 잘못한 일까지 모두 이해하고 용서했다. 가끔가다 그런 일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까지 생각하다보니, 나중에 가서는 다른 이의 결점이나 허물 심지어 잘못한 일마저 모두 좋은 점이 되어버렸다. 가령 마음속에 사소한 앙금이 조금 남았더라도 이렇게 생각하고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누군들 잘못을 저지르잖나? 결점이나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나 자신부터 남에게 잘못한 적이 있는데... 아소는 나한테 정말 잘 대해주었지. 그녀는 이제 소원대로 건곤대나이 심법을 되찾았으니까, 페르시아 성녀 노릇을 하지 않아도 별 상관은 없을 거야. 거미 아리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천주만독수를 단련하지 않을 게다. 그러니 어쩌면 어른으로 다 자란 이 장무기를 찾아올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증씨 성을 가진 송아지가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겠노라고 약속했으니까...'

  조민, 주지약, 거미 은리, 아소, 이들 네 여인은 하나같이 장무기를 뼈에 사무치도록 사랑해왔다. 그는 이 여인들의 좋은 점만 기억할 뿐, 저들의 결점이나 허물은 송두리째 잊었다. 그러니까 어느 누구든 그에겐 모두 아주 착하고 좋은 배필감일 수밖에...

 <의천도룡기 끝>




※ 정리

- 마지막 단락은 이전에 소림사에서 주지약이 조민을 납치하고 숨겨둔 뒤 장무기의 진심을 떠본 에피소드를 읽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말 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적으로 장무기-조민이 더욱 명확해졌다. 그리고 무림의 대마두 장가놈이 몽골로 떠난 덕분에 강호는 평화를 되찾았다.






의천도룡기 원작 소설 중 장무기의 손등을 물어뜯은 조민 잡담

해당 에피소드에서 관련없는 대화를 생략했는데도 내용이 길다.

드라마와 디테일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큰 줄기는 비슷하고, 읽으면서 드라마의 진옥기 조민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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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손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아리(=은리, 거미)에게 물었다.
  "은소저, 정말 무기 녀석을 보았었나?"
  "네, 보았어요! 그때 저도 영사도에 함께 오자고 얼마나 졸랐는데... 하지만 그 아이는 내 말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리어 날 물어뜯기까지 했어요. 손등에 아직도 이빨자국이 남아 있다니까요.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에요. 난 정말... 그 아이가 얼마나 걱정스러웠는지 몰라요."

   장무기의 손바닥을 움킨 채, 조민이 힘주어 바싹 끌어당겼다. 함초롬히 올려다보는 두 눈빛에 조롱기와 원망스러운 기색이 뒤섞여 있었다. 말은 없으나 의미는 또렷이 드러나 보였다. '당신이 나를 잘도 속였군요. 저 아가씨를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침 뚝 떼고 있었다니, 당신네 두 사람 사이에 저렇듯 갈등과 우여곡절이 많았을 줄이야 미처 몰랐네요.'

  장무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았다. 비록 괴상야릇한 방식이긴 해도 거미(아리)가 자신에게 품은 감정을 떠올리니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돌연, 조민이 그의 손을 확 끌어당겨 제 입가에 대더니 손등을 힘껏 물어뜯었다. 한입에 덥석 깨물린 손등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체내의 구양신공이 저절로 발동하면서 조민의 입술을 튕겨냈다. 거센 힘줄기에 충격을 받은 입술이 터져나가면서 조민의 입에서도 피가 흘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감히 소리를 내지 못하고 꾹 참아야 했다.

  장무기가 조민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느닷없이 손등을 깨물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조민의 눈빛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서려 있었다. 얼굴 가득 생글생글 웃음 띤 기색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가짜 수염을 붙이고 누리끼리하게 변장한 얼굴빛 뒤편에 감춰진 어리광스러움과 교태가 요염하다 싶을 만큼 아름답기만 했다. (중략)


// (중략 중 관련 내용) 조민은 입으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장무기의 손등에 난 상처에 고약을 바르고 제 손수건으로 싸매주었다.

(옮기지 않은 주된 내용은 조민과 장무기의 대화 - 진우량의 흉계 : 사자박토와 항마척두식으로 정 장로와 아리를 희생양 삼아 사손에게서 도망가려는 의도) //


  장무기는 갑자기 마음이 서글퍼졌다. 자신도 어릴 적부터 신산고초를 무수히 겪어봤지만 진우량처럼 지독하고 악랄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한참 만에 그는 조민에게 실없는 찬사를 던졌다.
  "진우량의 그런 속셈을 한눈에 꿰뚫어보다니, 조낭자야말로 그자보다 한 술 더 대단한 인물인 것 같소."
  이 말을 듣자 조민의 얼굴빛이 당장 굳어졌다.
  "날 비꼬는 거예요? 내 심보가 고약하고 험악하니까 싫다는 거죠? 그럼 내 곁에서 멀찌감치 피하는 게 상책이겠네요!"
  "꼭 그럴 필요까지야 없소. 당신이 나한테 적지 않은 휼계를 부려왔지만, 나 역시 사사건건 적절히 막아왔지 않소?"
  그러자 조민이 피식 웃으면서 반박을 했다.
  "호호! 사사건건 내 휼계를 막아오셨다고? 그럼 어째서 내가 당신 손등에 무시무시한 독약을 발라놓았는데도 못 알아보셨을까?"

  장무기는 깜짝 놀라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과연 상처가 근질거리고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손수건을 풀고 냄새를 맡아보다가 그만 외마디 실성을 터뜨렸다. 상처에 바른 것은 거부소기고(去腐消肌膏)란 고약이었다. 심하게 곪아 문드러진 근육을 녹여버리고 새살이 돋아나게 만드는 외과용 약이라, 독성은 없어도 손등에 바르면 이빨에 물어뜯긴 상처자국이 더욱 깊숙이 파여 들어가게 된다. 고약 자체는 원래 시큼한 냄새를 띠고 있었으나, 조민이 약을 바를 때 입술연지를 섞은데다 얼른 제 손수건을 꺼내 싸맸기 때문에 향기가 고약냄새를 덮어버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장무기는 허둥지둥 뱃고물 쪽으로 달려가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어냈다. 조민이 등 뒤에서 빙글빙글 웃으면서 거들어주려 했으나, 장무기는 그녀의 어깨를 떠밀고 성난 기색으로 꾸짖었다.
  "내 곁에 얼씬도 하지 마시오. 무슨 못된 장난을 이렇게 하는 거요? 남이 아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짓이요?"
  조민이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렸다.
  "호호, '동네 개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릴 줄 모르고 여동빈(중국 전설에 나오는 신선)을 물어뜯었다'더니 바로 그런 격이군요! 나는 당신이 너무 아파할까봐 그런 방법을 썼는데, 남의 호의를 너무 몰라주시는군요."

  장무기는 그녀를 더 상대하지 않고 씨근벌떡 혼자 선실로 돌아가 두 눈을 딱 감고 누워버렸다. 조민이 뒤따라 들어왔다.
  "장공자님!"
  장무기는 잠든 척하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조민이 연겨푸 두 차례나 불렀으나, 그는 아예 코를 골기 시작했다.
  "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짜 독약을 발라서 당신의 개같은 목숨을 빼앗아버렸을 거야! 그게 당신한테 업신여김을 당하기보다 훨씬 낫겠는데!"
  조민이 바락바락 악을 쓰자, 그제야 장무기는 두 눈을 번쩍 뜨고 물었다.
  "내가 어째서 여동빈을 물어뜯은 개란 말이오? 내 언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몰라본 적이라도 있었소? 어디 말 좀 해보시구려."
  조민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내 말이 맞다면 어쩌시겠어요?"
  "당신이야 원래 당치도 않는 말로 억지떼를 쓰는데 능숙하니, 나는 물론 입으로 당신을 이길 재간이 없겠지!"
  "호호, 내 말을 다 들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는군요. 내가 당신한테 호의를 베푼 줄 아셔야죠!"
  "세상 천하에 이런 호의가 어디 있소? 남의 손등을 물어뜯고도 사과하기는커녕 독약까지 발라놓다니, 그런 호의라면 내 차라리 안 받는게 낫겠소."
  "으음, 내 한 가지 묻겠어요. 내 이빨로 물어뜯은 상처가 깊은가요, 아니면 당신이 은소저를 깨문 상처가 더 깊은가요?"





  얄궂은 질문에, 장무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말을 더듬었다.
  "그건...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 새삼스레 들춰서 어쩌자는 거요?"
  "난 꼭 들춰내야겠어요. 자, 내가 묻고 있잖아요. 이리저리 딴청 피우지 말고 어서 대답하라니까요!"
  "내가 은소저를 아주 깊이 깨물었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날 꽉 붙잡은 상태였고, 당시 내 무공 실력은 그녀보다 훨씬 못했으니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길이 없었소. 어린 마음에 다급해지니까 그저 입으로 물어뜯기나 할 수밖에 더 있겠소? 그런데 지금 당신은 어린애도 아니고 나 또한 당신을 붙잡아 영사도에 같이 가자고 떼를 쓰지도 않았잖소?"

  조민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식 웃었다.
  "그것 참 이상하군요. 당시 그녀는 당신을 붙잡아 이 영사도에 데려오려고 했는데, 당신은 한사코 오려 하지 않았다면서요? 그런데 지금은 남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얌전히 따라왔단 말인가요? 결국 사람은 어른이 될수록 마음도 자라서 뭐든지 다 바뀌나 보죠?"
  장무기의 얼굴이 또 한 번 붉어졌다.
  "이곳에 날 데리고 온 것은 바로 당신이잖소?"
  조민 역시 이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어느덧 마음속에 달콤한 느낌이 가득 찼다. 방금 장무기가 한 말을 뒤집어보면 이렇게 들렸던 것이다.
  '그녀(아리)가 날더러 같이 오자고 했으면 난 죽어도 오지 않았겠지만, 당신(조민)이 가자고 하는 곳이면 내 어디든지 따라가리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어쩌다 눈길이 마주 닿자, 황급히 상대방의 눈길을 피해버렸다. 조민이 고개숙인 채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좋아요! 그럼 내 말하겠어요. 당신이 은소저의 손등을 깨물고 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렇듯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당신을 그리워하며 잊지 않았죠. 그녀의 말투를 들어보니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나도 당신을 한 번 깨물어서 당신이 평생 죽을 때까지 날 잊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여기까지 들었을 때 장무기는 비로소 그녀의 깊은 뜻을 깨닫고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꼈다. 조민의 속삭임이 계속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손등에 난 상처자국을 똑똑히 봤어요. 당신이 얼마나 세게, 또 깊숙이 깨물었는지, 나는 당신이 그녀를 깊숙이 깨물었던 만큼 그녀가 당신을 깊이 그리워한다고 생각했어요. 만일 나도 당신을 그만큼 깨물어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내 마음이 모질지 못해 가볍게만 깨물었죠. 그러고는 겁이 났어요. 당신이 앞으로 날 쉽사리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하고요. 이런저런 궁리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죠. 우선 당신의 손등을 깨물어놓고 그 상처에 거부소기고를 발라놓으면 이빨자국이 좀더 깊숙하게 새겨져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거라고. 사실 나한테는 그 방법 밖에 없었거든요."





  장무기는 우스꽝스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행동이 자기에 대한 깊은 정을 나타낸 것이라고 여기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난 당신을 탓하고 싶지 않소. 내가 사람의 좋은 마음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여동빈을 물어뜯은 개가 된 셈으로 치리다. 그대가 날 이토록 대해주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난 결코 그대를 잊지 못할 거요."
  가뜩이나 정겨운 마음에 들떠있던 조민은 이 얘기를 듣자 갑작스레 눈빛이 달라졌다. 장난꾸러기의 눈빛처럼 사뭇 교활하고도 짓궂은 기색이 피어올랐다.
  "방금 뭐랬죠? '그대가 날 이토록 대해준다'는 그 말, 내가 당신에게 잘못 대했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잘 위해줬다는 뜻인가요? 장공자님, 솔직히 말해서 난 당신께 잘못한 일이 많았고 잘 대해준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앞으로 잘 대해주는 일이 많으면 다 되는 것 아니겠소?"
  장무기가 그녀의 왼손을 부여잡더니 입가로 가져다놓았다.
  "어디, 나도 한번 이 손등을 호되게 물어뜯어볼까? 당신이 평생 날 잊지 못하게 말이오."
  "아이고!"
  조민이 갑작스레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손목을 빼더니 곧바로 선실 문 쪽으로 도망쳤다. 선실 문짝을 열어젖히다가 그녀는 하마터면 아소(소소)와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더니, 흠칫 놀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온통 홍당무가 된 채 갑판으로 뛰어 올라가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맙소사, 이런 낭패가 있나! 나와 저 사람이 얘기하는 말을 요 어린 계집아이가 엿듣기라도 했으면 어쩔꼬. 정말 부끄러워 죽겠네!'

  아소는 영문을 모르고 심각한 표정으로 선실 안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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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2019 기준 이 내용은 33회에 나오는데,

아래 사진 - 장무기 왈 "이렇게 하지 않았어도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할 거요" 라고 말한 다음 조민의 표정 변화가 포인트.






위르겐 클롭,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잡담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 도르트문트 vs 바이에른 뮌헨 : 1-2 패

(2015-16 유로파리그 준우승 - 리버풀 vs 세비야 : 1-3 패)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 리버풀 vs 레알 마드리드 : 1-3 패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 리버풀 vs 토트넘 : 2-0 승



리버풀 팬들에게 클롭은 아래 사진처럼 영원히 기억할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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